전국 휴게소 10곳 중 4곳, 도로공사 전관 60명이 장악했다. 한국도로공사(도로공사) 퇴직자들이 최근 10년 동안 전국의 고속도로휴게소 10곳 중 4곳의 운영사에 재취업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이 재취업한 휴게소 운영사들은 도로공사의 운영서비스평가에서 유리한 점수를 받을 수 있도록 로비하고, 휴게소 유지보수 예산을 따내는 데도 일정한 역할을 맡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휴게소의 카드 결제 승인·정산을 중계하는 이권 사업에 손을 뻗치고, 휴게소 오수처리사업에도 진출해 일감을 몰아서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로공사 '전관'들이 휴게소 이권 장악에 골몰하면서 휴게소를 감시·감독해야 할 도로공사의 역할이 소홀해진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도로공사 퇴직자 모임인 '도성회'가 100% 출자하거나 지분의 절반을 가진 운영사에 재취업한 퇴직자가 가장 많았다. 특히, 한겨레21이 전국 매출 1·2위 등 '알짜' 휴게소에서 높은 임대료를 받아 2014년부터 2024년까지 모두 2079억원의 이익을 거둬갔다고 지적한 사모펀드운용사 맥쿼리자산운용(맥쿼리)과 관련한 휴게소 운영사에도 도로공사 퇴직자가 5명이나 재취업했다. 이처럼 도로공사 퇴직자들이 휴게소 운영사에 재취업하는 사례는 최소 60명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국 고속도로휴게소는 215곳이다. 이 가운데 민간 휴게소가 2곳이고, 12곳은 민자로 지었으며, 도로공사 직영은 3곳, 민간 운영사에 위탁 운영하는 곳은 198곳이다. 퇴직자들은 이 가운데 휴게소를 운영하는 11개 운영사 그룹(모기업이 같은 회사는 한 그룹으로 계산)에 최근 10년 동안 39명이 근무했다. 11개 그룹 운영사는 모두 92개의 휴게소 운영권을 가지고 있다. 전국 휴게소 215곳 중 42.8%나 되는 휴게소가 도로공사 전관의 재취업과 관계된 것이다.
도로공사 전관들이 휴게소 운영사에서 하는 역할은 '로비스트'에 가깝다. 도로공사에 영향력을 행사해 위탁운영권 계약 해지를 막거나 예산을 끌어오는 일을 한다. 특히, 이들의 역할 가운데 핵심은 도로공사가 매년 하는 휴게소 운영서비스평가(운영평가)에서 좋은 등급을 받도록 하는 일이다. 휴게소 운영사들은 이 운영평가에 사활을 건다. 평가 결과 상대평가로 5개 등급을 받게 되는데, 2015년 이후 위탁 운영을 맡은 휴게소 운영사는 5등급을 2번 이상 받으면 계약이 해지된다. 2012년 이전에 계약한 운영사가 3번 이상 재계약했을 경우에는 4등급 이하만 받아도 계약이 해지될 수 있다.
도로공사 전관들이 휴게소 운영사에서 하는 역할은 '로비스트'에 가깝다. 도로공사에 영향력을 행사해 위탁운영권 계약 해지를 막거나 예산을 끌어오는 일을 한다. 특히, 이들의 역할 가운데 핵심은 도로공사가 매년 하는 휴게소 운영서비스평가(운영평가)에서 좋은 등급을 받도록 하는 일이다. 휴게소 운영사들은 이 운영평가에 사활을 건다. 평가 결과 상대평가로 5개 등급을 받게 되는데, 2015년 이후 위탁 운영을 맡은 휴게소 운영사는 5등급을 2번 이상 받으면 계약이 해지된다. 2012년 이전에 계약한 운영사가 3번 이상 재계약했을 경우에는 4등급 이하만 받아도 계약이 해지될 수 있다.
휴게소 운영사가 도로공사 전관을 채용하는 이유에는 휴게소 유지보수 예산을 따내려는 목적도 있다. 도로공사는 해마다 예산을 투입해 휴게소의 낙후된 시설을 유지보수한다. 2026년 기준 그 예산은 55억원이다. 그런데 전국 휴게소 215곳이 이 예산을 나눠서 배정받기는 힘들다. 화장실 리모델링 등 한 휴게소에서 하나의 보수공사만 하더라도 1억원이 넘게 소요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겨레21은 김성회 의원실을 통해 2016년부터 2026년 3월까지 도로공사가 집행한 휴게소 유지보수비 207억원의 운영사 계열별 집행 내역을 확보했다. 확인 결과, 유지보수비가 많이 집행된 상위 10개 운영사 모두에서 도로공사 전관이 근무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도로공사 퇴직자들은 휴게소의 각종 이권 사업에도 손을 뻗치고 있다. 대표적인 사업이 카드 가맹점과 카드사 사이에서 결제 데이터를 중계·승인해주는 부가가치통신망(VAN·Value Added Network) 운영이다. 이를 '밴'이라고 하는데, 밴사는 가맹점에 카드 결제 단말기 설치, 유지보수, 가맹점 유치 등을 맡으면서 매장의 결제 한 건당 0.1~0.2% 정도를 수수료로 받는다. 전국의 휴게소 입점 업체와 주유소 등은 약 200억원 규모의 밴 수수료 시장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이 시장에 도로공사 퇴직자들이 뛰어들어 밴사를 차리거나 그 회사에 재취업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서 '전관 영입'은 운영사 입장에서 '울며 겨자 먹기'가 될 수밖에 없다. 도로공사 퇴직자 채용을 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다. 임원이 일주일에 하루나 이틀 출근하고 마는데 누가 좋아하겠느냐는 것이다. 평가 제도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전관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 휴게소 운영사가 도로공사 퇴직자에게 간접적으로 재취업 자리를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도로공사 퇴직자가 한국고속도로휴게시설협회로 취업하는 구조다. 휴게시설협회는 휴게소들이 분기마다 수십~수백만원의 협회비를 내고 휴게소 운영사 본사에서 일정 금액의 운영비를 받아 운영되는 휴게소 이익단체다. 한겨레21 취재 결과, 2017년부터 2026년까지 이 협회에 도로공사 퇴직자 5명이 부회장 등 고위직으로 재취업했다.
도로공사 퇴직자들은 오수처리시설 분야에서도 휴게소를 상대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전국 휴게소 215곳 가운데 97곳은 오수를 공공하수처리시설에 연결해 처리하고, 118곳은 오수처리업체와 계약해 처리한다. 김성회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보면, 오수처리업체를 통해 오수를 처리하는 휴게소 118곳 가운데 40곳이 도로공사 출신이 세운 '맑은물환경'에 일감을 맡긴 것으로 확인됐다. 맑은물환경은 대표이사·이사 2명을 포함해 감사 등 4명 모두가 도로공사 본부장·처장 등 고위직 출신이다. 이들이 2010년 회사를 차렸다. 맑은물환경의 2024년 매출은 35억2100만원, 당기순이익은 2억7200만원이었다. 2022년과 2023년 연 매출도 30억원을 지속해서 넘고, 순이익도 지속해서 발생하는 안정적 운영을 하고 있다.
도로공사 퇴직자들이 휴게소 운영사에 재취업하는 사례는 법적 절차에 의해 심사받거나 취업이 제한된 경우가 없다는 점이다. 한겨레21이 김성회 의원실을 통해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기록을 확인한 결과, 앞서 언급한 도로공사 퇴직자 60명 가운데 공식적으로 취업 승인을 받은 사례는 없었다. 이는 취업 심사 범위에 해당 인물들이 적용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공직자윤리법에는 공무원·공기업(공공기관) 등의 특정한 직급이나 직위의 퇴직자가 △퇴직일 3년 이내이거나 △퇴직 전 5년 동안 했던 업무와 취업하려는 기관이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경우 취업을 신고하고 심사받도록 규정한다. 도로공사는 임원과 대표이사 출신 퇴직자에게만 이 규정이 적용된다. 휴게소 관련 '전관 취업'의 다수를 차지하는 1급 직원에게는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러한 전관 재취업·창업과 관련해서 현재까지 법적 절차에 의해 심사받거나 취업이 제한된 경우가 없다는 점이 문제다. 신영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국책사업감시단장은 "도로공사와 직접적 계약 관계에 있는 회사가 도로공사 퇴직자를 채용할 때 정부 쪽에 통보하게 하는 등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성회 의원도 "퇴직 후 전문성을 활용한 고문이나 자문 역할을 넘어 비리 무마 등의 로비스트 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 휴게소를 둘러싼 온갖 이권에 개입하는 것은 사실상의 범죄"라며 "전관예우가 공기업 예산의 오용, 휴게소 물가와 위생 문제 등 대국민 서비스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고 강조했다.